한글에서 문서를 작성할 때마다 만나는 녀석이 있다. 바로 빨간 줄이다.
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는데,
"너 이거 틀렸어!"라고 말하는 것 같다. 그렇다고 설정을 취소할 수도 없고.
어떤 녀석이냐고?
바로 '~화 하다 / ~화 되다'의 표현이다.
분명 나는 어릴 때 이렇게 배웠다.
"주체가 능동일 경우에는 직접 행하는 것이니 '하다'로,
주체가 수동일 경우에는 당하는 것이니 '되다'로 써야 한다."라고 말이다.
그래서 주어를 확인해서 '~화 되다'라고 기록하면,
여지없이 한글이 빨간 줄을 그어준다. 오타라는 말이다.
교육과정이 바뀐 건가? 아니면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건가?
무엇을 써야 옳을까?
'보편화하다 / 보편화되다'를 기준으로 국립국어원에 등록된 글을 살펴보았다.
-보편화하다: 널리 일반인에게 퍼지다, 또는 그렇게 되게 하다
-보편화되다: 널리 일반인에게 퍼지다
'-화'에서 화(化)라는 단어가 이미 '되다'라는 의미이기에,
'-화 하다', 즉 '되게 하다'라는 괜찮지만,
'-화 되다', 즉 '되게 되다'라는 표현은 이상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.
국립국어원에서는 둘 다 사용 가능하다고 한다.
예를 들어, 이 두 문장은 모두 사용 가능하다는 말이다.
"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사용하는 습관이 보편화되었다." (O)
"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사용하는 습관이 보편화하였다." (O)
개인적으로는 '보편화하였다.'라는 표현보다는 '보편화되었다.'라는 표현이 더 익숙하다.
혹자는 가능한 '~화 하다/되다'의 표현이 익숙하지 않다면,
되도록 그런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글을 쓰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한다. 좋은 생각이다.
익숙한 게 옳은 것은 아니다. 그러니 옳은 표현이 익숙해지도록 연습해야지.
익숙함을 밀어내고 옳은 것을 선택하는 일은 언제나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.
그래도 옳은 것을 위해 익숙함을 밀어낼 용기와 마음이 있어 감사하다.
배우는 게 즐겁고 좋다.
끄읏!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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