어릴 때는 아빠를 싫어했다.
지금 생각하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인 것 같다.
아빠는 평소에도 무뚝뚝하고 말이 없는 분이라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느끼기도 했다.
그러나 크면서 아빠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았다.
우리 아빠는 표현이 약한 분일뿐이지, 사랑이 없는 분이 아니구나.
군 전역 이후에 아빠와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고,
지금은 누구보다도 존경하는 분이다.
한 번은 아내와 부모님댁에 갔는데 아빠가 뭘 하나 내미셨다.
"나 이거 안 쓰니까 너 써라."
갤럭시 버즈 라이브였다.
"오~ 누가 이런 걸 아빠한테 선물해줬대? 우리 아빠 이어폰 안 쓰시는데?"
평소에도 자신이 안 쓰는 물건을 내게 주시고,
나도 그런 거에 거리낌이 없어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받아왔다.
그런데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렸다.
아들이라는 녀석이 결혼 전에도 사드리지는 못할 망정 받아서 쓰더니,
결혼 후에도 그러는 게 죄송한 마음이었다.
아마 아내가 말해주지 않았으면 계속 몰랐을 거다.
그래서 돌려드릴까 고민하다가,
아빠에게 필요한 걸 사드리기로 했다.
우리 아빠는 내가 20대 초반에 급성 심근경색을 앓았다.
그때 나보다 더 튼튼한 분이셨기에 모두가 놀랐고, 우리 가족은 준비하지 않은 이별을 경험할 뻔했다.
감사하게도 하나님의 은혜로 죽을 고비를 넘겼다.
그 후로 평생 혈압약과 몇 가지 심장약을 복용해야 하지만,
그래도 살아계시니 감사하다.
아빠에게 뭘 선물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스마트 워치가 뇌리를 스쳤다.
요즘 스마트 워치는 심박수도 나오고 이것저것 기능도 많고 좋다.
그런데 또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.
우리 아빠는 복잡하게 기계 조작하는 걸 싫어하시거든.
그래서 갤럭시 핏 시리즈를 구입하기로 했다.
매우 직관적이고, 조작이 간편한 녀석으로!
그렇게 갤럭시 핏 e를 선택했다.
나는 이런 시리즈가 있는지도 몰랐는데,
벌써 한참 나오다가 단종됐다고 하더라.
(나도 핸드폰 사면 4년 이상 쓰는 사람이라 잘 모른다)
무려 2019년에 나온 제품임에도 미개봉 제품을 구할 수 있었고,
아빠에게 선물로 드렸다.
그리고 이번 성탄절에 가서 잘 쓰고 계시는지 봤더니!
엄청 잘 쓰고 계셨다.
새벽에 일어나서 시계 확인하는 것도 좋고,
크거나 무겁지 않아 불편하지 않아서 좋고,
무엇보다도 걸음 수를 체크할 수 있어 좋으시단다.
걸으면 삼성 헬스에 하트가 그려지는데,
모임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하트 3개를 완성하려고 한다며 보여주셨다.
잘 안 쓰시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잘 쓰셔서 감사하면서도,
좋은 걸 선물해 드린 것도 아닌데 하는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.
자주 찾아뵈야지.
자주 연락드려야지.
고맙고 사랑합니다.
'빵촌사이 일상' 카테고리의 다른 글
[마음 정리] 퇴사를 비롯한 소소한 일들 (2) | 2022.01.11 |
---|---|
[마음을 담은 선물] 포트메리온 포모나 티스푼&포크 세트 (10) | 2022.01.03 |
[커피 원두] 쟈뎅 마일드 콜롬비아 (신선한 하루 원두) (2) | 2021.12.29 |
[연극] 처음 만난 사이 (3) | 2021.12.25 |
[애드센스] 드디어 구글 애드센스 승인! (2) | 2021.12.17 |